- 소비지출도 1년새 0.5% 줄어
- 빈부 격차는 다시 더 벌어져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실질소득(물가 인상을 반영한 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계의 소비도 역대 최악이었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면서 빈부 격차도 커졌다.

통계청은 24일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을 통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전국 2인 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었다고 밝혔다. 증가 폭은 전년(1.6%)보다 1.0%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29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어났다. 이전소득(실업수당이나 연금 등)은 44만6000원으로 증가 폭이 9.4%에서 2.1%로 둔화됐다. 저금리 등 영향으로 월평균 재산소득은 16만1000원을 기록, 전년보다 18.4% 줄어들어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명목소득에서 물가 인상률 1.0%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0.4% 줄었다.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2009년 1.5% 감소한 이후 7년 만이다. 가처분소득(세금·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의식주를 위해 실제 지출할 수 있는 금액)도 358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09년과 같은 수준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 월평균 소비지출은 1.5%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1.1%(100만 원 중 71만1000원 쓴다는 의미)로 0.9%포인트 하락하며 5년 연속으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개선되던 분배 지표 역시 지난해 다시 악화됐다. 고용 한파가 저소득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빈부 격차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