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자가 알아서 조달해야"
- 자금여력 부족 지역업체 불리
- 도시공 "사업규모 커 불가피"

시청 앞 행복주택 건립을 위한 민간사업자 모집 과정에서 지역업체 외면 논란(본지 지난 23일 자 16면 보도)에 이어 또 한 번 잡음이 일고 있다.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선투자금이 800억 원에 육박해 불황에 허덕이는 민간 사업자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27일 시청 앞 행복주택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기업 종합건설사 7곳을 포함해 27개사에서 78명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도시공사에 따르면 시청앞 행복주택은 2개 단지로 나뉘어 조성되며 전용면적 26~44㎡ 아파트 1614실과 26㎡ 오피스텔 216실을 합쳐 1830실 규모다.

전체 사업비는 공사비 1900억 원을 포함해 모두 22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업비 정산 부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공사는 임대주택 건립 시 정부에서 받는 재정지원금과 주택도시기금 1310억 원, 입주민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미리 받는 임대보증금 약 90억 원(전체 890억 원의 약 10%) 등 1400억 원은 준공 전 지급할 수 있으나 나머지 약 800억 원(전체 사업비의 약 36%)은 준공 후 입주가 완료되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참여 사업자는 6~8개월간은 자본금을 알아서 조달해야 한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 분양을 할 때야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관급공사에서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자금 조달력이 약한 지역업체들은 참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서도 자금조달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업신청자격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도시공사는 설명회에서 부산지역업체 참여 의무공동도급비율 방식과 가점제를 혼합한 혼용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대략적인 참여 비율조차 밝히지 않아 업계의 반발을 샀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행복주택을 건립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부산은 규모가 크다보니 민간사업자가 조달해야 하는 사업비가 훨씬 많아진 것"이라며 "사업자 모집이 안 될 경우 추가로 다른 방안을 강구해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는 28일 지역업체 참여확대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부산도시공사에 발송했다. 건의서에서 협회는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으로 ▷단독 또는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지역업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부산지역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부산지역업체 참가비율이 높은 컨소시엄에 충분한 가점 부여 ▷건설공사 발주형태로 시행될 경우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 배정할 것 등을 제시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