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10시 반을 넘긴 시각, 금융감독원 공보실에서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금감원) 자살보험금 제재심 관련 공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제재심의위원회가 8시간이 지나 끝난 겁니다. 마라톤회의의 결론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뤄온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세 곳에 대한 중징계였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보험사들은 일반사망보장에 재해사망특약을 끼워 팔았습니다. 가입자가 재해로 사망한 경우에 한해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약관에 따르면 자살도 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이를 이른바 자살보험금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실제로는 자살에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했는데, 2007년 유족이 소송을 통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줍니다. 이에 보험사들은 뒤늦게 실수였다며 자살을 재해에서 제외합니다. 2010년 약관이 개정됩니다.

사안이 불거진 것은 2014년입니다. 보험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한 금감원이 자살에 일반보험금만 지급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겁니다.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립니다. 지난해 5월 법원 역시 같은 판결을 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2년)가 지난 보험금은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시작됩니다. 금감원은 판결과 달리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11개 중소 보험사는 전액지급을 하겠다고 했지만, 대형 3사는 이에 따르지 않았고 결국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이죠.

지난 23일 제재심위는 이들 보험사에 영업 일부 정지(삼성생명 3개월·한화생명 2개월·교보생명 1개월)와 과징금 최대 8억9000만 원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한화생명 차남규 사장은 문책 경고,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습니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해 대표이사 연임이 어렵고, 주의적 경고는 경징계로 연임할 수 있습니다. 이 제재안은 3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최근 이사회에서 연임이 의결돼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확정을 앞두고 있던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은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주주총회 이전에 금융위 회의가 열리면 연임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