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우천그룹 인천 방문 백지화
- 유더그룹도 돌연 일정 미뤄
- 월미도 유커 치맥파티도 불투명

- 사드 부지 제공으로 곤욕 롯데
- 정부에 공식 도움 요청키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지난 2일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한 가운데 실제로 예정된 한국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오는 15일 이후 한국관광 상품을 더는 팔지 말라고 중국 현지 여행사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보다 앞서 이미 예약된 관광 일정마저 포기할 만큼 중국 당국의 압박과 규제 수위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지역 여행업계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과 개별 여행객(싼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국 대형 여행사 씨트립(C-Trip)을 통해 한국관광 상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100명 정도가 한국관광 금지령이 알려진 지난 2일 이후 4일까지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취소 통보가 각 여행사로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취소 규모는 다음 주가 돼야 집계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이 아닌 다른 여행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각 지역에서도 단체관광객을 중심으로 중국인의 한국 여행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제조·판매사 코우천그룹은 오는 4월 17∼21일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고 임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방한 계획을 취소했다. 중국 의료기기 업체 유더그룹 임직원 1만2000명도 이달 중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오는 4월로 한 차례 연기했지만, 그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이맘때 월미도 '치맥 파티'로 유명해진 중국 아오란그룹 역시 올해 다시 인천을 방문하겠다며 지난해 인천시와 협약까지 했으나, 아직 재방문 일정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북에서는 이달 중 이뤄질 예정이던 중국 산둥 성 공무원과 여행업 관계자들의 문경 방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한편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롯데 측이 그룹 차원에서 정부에 사실상의 '구원 요청'을 하고 나섰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4시께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중국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롯데뿐 아니라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와 위축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롯데가 현재 중국에서 현지인을 2만 명 가까이 고용하는 등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롯데의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제공이 국가 안보 요청에따른 것일 뿐 기업이 주도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 등을 중국 정부에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우리 정부 총리실 등에 공문 형식으로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