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부산역 오가는 셔틀버스
- 국제시장으로 노선 연장하면서
- 이 일대 외국인 관광객 크게 늘어
- 면세점 쏠린 관광수요 재편 효과

- 부산 기항 크루즈 대거 취소되면
- 전통시장 연계 사업도 차질 예상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내린 한국 여행 금지령의 불똥이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도 튀게 됐다. 부산을 기항하는 크루즈선이 무더기 취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면세점 호텔뿐만 아니라 이달부터 시작된 '크루즈 승객 셔틀버스 연계 전통상권 활성화 사업'(본지 지난달 25일 자 10면 보도)마저 초반부터 뜻밖의 암초를 만나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10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과 광복동 일대는 온종일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차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날 원도심 상권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1300여 명. 크루즈선 아르카디아호(8만3000t급)에서 부산항으로 내린 구미권 관광객이었다. 덕분에 국제시장 6공구에 조성된 글로벌복합문화공간의 매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사드 보복 여파로 매월 감소세를 이어가던 매출이 전날 대비 50% 이상 치솟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일반 매장을 비롯해 식당, 커피숍 등도 매출이 크게 올랐다.

1300여 명의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을 국제시장으로 끌어들인 데는 부산시의 역할이 컸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감만부두에서 부산역까지 운행하던 개인 여행객 셔틀버스 노선을 국제시장까지 연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4회에 걸친 크루즈 관광객 밀착조사를 통해 면세점으로만 쏠린 크루즈 승객들의 소비를 지역 상권 및 전통시장으로 돌릴 방법을 고심한 끝에 찾은 방안으로, 지난 10일 시범운영에서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15일부터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제한하면서 전통시장 연계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부산 크루즈 관광객의 70~80%를 차지하는 중국인이 급감하면 사업 효과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는 크루즈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기존 셔틀버스 노선을 국제시장 앞으로 변경했다. 부산시 제공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동양권 최대 크루즈선인 퀀텀오브더씨즈호(16만8000t)가 오는 19일로 예정된 부산 기항을 취소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을 실은 크루즈선의 부산항 기항이 15차례나 무산됐다. 앞으로 크루즈선 기항의 무더기 취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부산시도 애초 예상했던 올해 운행 횟수를 180회에서 더 낮춰잡아야 할 판이다.

시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연계한 국제시장 및 원도심 활성화 전략은 서울 명동처럼 외국인의 지갑을 열어보려고 기획한 사업인데 사드 직격탄을 맞게 돼 아쉬울 따름이다. 당분간은 구미권 크루즈 승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지만 비중이 워낙 작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이전부터 외국인들이 즐겨찾던 지역 전통시장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연중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해운대시장 상인들은 벌써 중국인 방문객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시장 최진석 상인회장은 "떡볶이 튀김 액세서리 등 외국인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가게는 줄을 서야 할 정도였는데 사드 탓에 이번 빛축제 기간에도 중국인 손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시장 분위기가 예년과 달리 많이 가라앉아 상인회의 고민도 깊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