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 씨가 30여 년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 TV조선 보도 영상 캡쳐

서 씨는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 재판에 참석한다. 서 씨가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1년 연예계 활동 중단 이후 36년만이다. 2014년 한 매체가 서 씨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한 바 있지만 이는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서 씨가 이날 법원에 출석한 것은 경영비리로 기소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재판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연다. 지난해 10월 기소된 이래 5개월만이다. 이날 재판에는 공동 피고인으로 올라 있는 롯데장학재단 신영자 이사장과 서미경 씨도 올라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무더기로 법정에 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 씨는 신 총괄회장과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로 수 십 년간 은둔 생활을 해왔다. 서 씨는 1972년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롯데제과의 CF에 등장해 인기를 누렸다. 이후 여려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1981년 갑자기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1983년 신격호 회장 사이에 딸 신유미 씨를 두었다. 신유미 씨는 롯데호텔 고문으로 있다.

　서 씨가 화제가 된 것은 단순히 그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란 사실 외에도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배려로 거액으로 추정되는 롯데 계열사와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첫째 부인은 고(故) 노순화 씨로, 1940년 당시 19세의 신 총괄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1948년 6월 롯데의 뿌리인 '껌'을 바탕으로 자본금 100만 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를 세웠다. 일본에서 한창 사업을 키워가던 1952년 일본 유력 가문의 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9)씨와 재혼했고, 하츠코 여사와 사이에서 장남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을 뒀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1965년 12월 18일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나섰고, '미스롯데' 출신 연기자 서미경 씨를 만났다. 신 총괄회장(95)과의 나이 차이는 거의 40세에 이른다. 그동안 서 씨와 딸 신 씨는 수 십 년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고, 근황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주로 일본에 거주한다는 정보 정도 뿐이었다.

　모녀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6월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부터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서 씨와 신유미 씨,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양도세 등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서 씨와 딸 신 씨의 탈세 규모는 각각 3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 씨는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서 씨 모녀의 재산은 현재 수 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서 씨와 신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와 같다. 서 씨 모녀의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모녀에게 양도, 편법 상속을 통해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홀딩스가 비상장사라 정확한 주식 가치 평가가 어렵지만, 지난해초 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주식 배분'으로 회유하면서 제시한 롯데홀딩스 상장시 전체 주식 가치(1조1000억엔, 약 11조 원)를 그대로 계산해보면, 서 씨 모녀의 지분(6.8%) 가치는 75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2015년 기준으로 서 씨와 딸 신유미 씨는 각각 340억 원, 180억 원 상당의 부동산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가 지분을 가진 유기개발아 롯데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식당까지 운영해 특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