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창업주인 신격호(95·사진) 그룹 총괄회장이 24일부터 오는 8월까지 계열사 내 모든 등기이사 자리에서 차례로 물러난다.

이는 재계 서열 5위 그룹인 롯데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신격호 시대'를 공식적으로 마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멸렬한 경영권 분쟁 등과 맞물려 '롯데 성공신화'의 주역이 반세기 만에 초라한 퇴진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23일 롯데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의 임기 연장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당일 기준으로 롯데쇼핑 등기이사 자리에서 자동 퇴진한다. 아울러 26일에는 신 총괄회장의 롯데건설 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오는 5월과 8월에는 각각 롯데자이언츠와 롯데알미늄 이사 임기도 종료된다.

지난해 3월 호텔롯데와 11월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계열사 내 신 총괄회장의 이사 직함이 앞으로 5개월 안에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사실 신 총괄회장의 퇴진은 그의 건강 악화 등과 맞물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임기 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진'이 가장 적당한 표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형제(동빈·동주) 간 경영권 분쟁 지속과 이에 따른 법원 출석, 중국 사업 악화 등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그룹의 상황을 고려하면 신 총괄회장의 성공적인 업적과 화려한 삶치고는 끝자락이 초라하게 비춰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