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대략 30년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기억해 보면 197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근처에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점을 지난 조선 사이클은 1980년대 중반과 현재에 극심한 침체기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수주잔고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최근 모습도 198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 이렇게 진바닥을 확인한 이후 2017년은 조선산업의 장기사이클상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최근 주목할 부분은 우리 조선사들이 전 세계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주문 건수다. 2017년에 LNG선 발주가 3월 현재까지 5척으로 2016년 연간 발주 척수인 8척을 곧 초과할 전망이다. 풍부한 매장량과 친환경적인 매력을 감안하면 호주 미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LNG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양생산설비 발주도 주목된다. 2015년~2016년 총 5개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에서 2017년~2018년은 총 18개로 급증할 전망이며, 수주산업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는 프로젝트들도 있다고 본다면 해양생산설비 발주 재개 움직임도 확연하다.

장기사이클상 바닥에서 탈피하는 업황 개선은 일부 살아남는 조선소들에 차별화된 매력으로 부각될 것이다. 최근 주가 상승의 요인 중에 앞서 언급한 요소들도 큰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건설업도 다시 보인다. 지난 3년을 이어온 주택 신규 수주가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최근 주목할 만한 상황이 해외수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란 시장은 2017년보다 2018년, 그리고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다. 한국 EPC업체(설계, 자금조달, 시공까지 한꺼번에 수주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EPC업체에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발주가 2016년을 저점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란 시장이 건설사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오는 것은 건설사의 역성장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시작하면 2014~2016년 성공적인 주택분양으로 인한 실적개선이 건설사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이다.

물론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지난달 국내 건설업계의 이란 수주 소식은 중요한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영원한 비즈니스는 없다. 언제나 흥망성쇠가 사이클을 타고 왔다 간다. 조선업이나 건설업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하다.

허성준 동부증권 부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