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영업이익 9조9000억 집계
- 자사주 49조 소각 주주가치 제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발표 5개월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벌 개혁'을 외치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지주회사 규제 강화 공약을 내놓은 탓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겪는 삼성전자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영 리스크 최소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본지 지난해 11월 30일 자 13면 보도)을 발표할 당시 공식화됐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가장 유력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평가해 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 폐기는 시장의 예상을 깬 의외의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는 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의 자체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전략·운영·재무 분야 등의 유불리를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으로 사업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주가 하락 가능성 ▷주주 동의를 거치지 않는 단독 추진 사실상 불가능 등이 해당 계획 폐기의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재계 등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날 결정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벌 개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대부분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 공약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도 함께 공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48.3%나 급증한 9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2013년 3분기(10조16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올해 1분기 6조3100억 원으로 창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 부문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49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앞으로 3개월 내에 소각하기로 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삼성전자 실적 추이  (연결기준, 단위:조 원)   2016년 2017년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 1분기 매출 49.78 50.94 47.82 53.33 50.55 영업이익 6.68 8.14 5.20 9.22 9.90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