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처럼 주민 반발 불 보듯
- 제안사와 해결방안 놓고 이견

부산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대심도(지하 30~50m를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이 환기구 설치 문제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대심도를 건설 중인 서울에서 환기구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 공사가 중단되고 환기 방식이 변경되는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도 향후 같은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5일 부산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는 GS건설컨소시엄과 함께 부산 최초 대심도인 '만덕~센텀 지하고속화도로'(9.55㎞)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난해 3월 착공한 서부간선지하도로(10.33㎞)와 비슷한 규모다.

서울의 경우 지름 10m가 넘는 초대형 환기구 2개가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기구 예정지 주변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서울시는 올해 1월 환기 방식을 환기구를 통한 급·배기 방식에서 터널 내 오염물질을 정화한 후 재공급하는 바이패스(By-Pass)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몇 달간 공사가 지연됐으며, 500억 원의 소요 비용이 증가했다.

부산 대심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하 30~50m를 통과하는 대심도의 경우 화재 상황 대비를 겸한 환기 시설이 필수적이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임종철 교수는 "자동차터널은 환기가 되지 않을 경우 콘크리트가 팽창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길이가 길고 깊은 대심도에서 환기 시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만덕~센텀 대심도'에 최소 2개의 환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덕~센텀 대심도'는 전 구간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데다 최근 미세먼지 피해 등 대기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상황이어서 환기구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문제로 벌써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시는 애초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중앙민간투자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만덕~센텀 대심도'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GS건설컨소시엄과의 협상 과정에서 환기구로 인한 민원 발생 시 해결방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게다가 부산에서는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부산울산고속도로(22.8㎞), 승학산 지하 터널(7.8㎞) 등 2개의 추가 대심도 건설도 추진되고 있어 논란은 시차를 두고 잇따라 빚어질 수도 있다.

시는 우선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기 정화를 위한 최신시설을 설계에 반영하고 환기구 위치가 정해지는 대로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