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중도금 이자 전액 후불제로
- '인근 단지 110% 규정' 무력화
- 투기세력 프리미엄 잔치 가능성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자 도입한 '고분양가 관리·우려지역' 지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투기세력만 배 불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을 차단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지난 3월 31일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매매가 상승 지속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우려지역을 지정했는데, 부산은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 등 5개 구가 우려지역에 포함됐다.

우려지역에서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가 인근 아파트 평균분양가 또는 평균매매가의 110%를 초과하거나 최근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분양가 또는 최고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HUG는 본사 심사 후 보증취급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즉 해당 기준을 넘으면 분양보증서 발급을 어렵게 해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러 허점으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동래구에서 분양 중인 A아파트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1230만 원으로 지난해 분양한 바로 옆 단지 평균가격(1150만 원)의 110% 이내로 책정됐다. 그러나 중도금 이자 전액 후불제를 시행해 분양자에게 이자 부담을 전가했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중도금 무이자이거나 절반만 이자를 부담하면 됐던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낮아지는 대신 이자 부담이 커진 셈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대다수 분양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씩 붙어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만 옥죄면 오히려 투기세력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지역건설사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분양권의 실거래가는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데 분양가를 낮추면 그 차액만큼 일명 '떳다방' 등 투기세력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규정이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적용을 받는 법이 다르고 HUG로부터 분양보증서를 발급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분양가 우려지역에 있더라도 HUG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주거형 오피스텔이 아파트와 같거나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동의대(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강정규 교수는 "HUG가 고분양가 관리를 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를 좀 더 세밀하게 하기 위해서는 큰 범위 내에서 주거용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같은 규제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길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