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이전 영등위 80% 최고

- 진주 산업기술시험원 2.8% 불과

- 적용 시기·대상 두고 기준 모호

- 당장 하반기 채용시장 혼란 가중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해 30% 이상 지역인재를 채용하도록 할당제 운용을 지시한 가운데 이전 공공기관 5곳 가운데 1곳만 이 기준에 충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들은 당장 하반기 채용부터 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준의 확실한 개념마저 모호해 혼선이 더해지고 있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기준으로 지역인재를 채용한 공공기관 76곳 중 지역인재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16곳(21.1%)에 그쳤다.

지역인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였다. 2013년 부산으로 이전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해 채용한 정규직 5명 가운데 4명을 이전지역 지역인재로 뽑아 비율이 80%에 달했다. 대구로 이전한 한국사학진흥재단(61.5%)과 부산으로 이전한 주택도시보증공사(53.3%), 게임물관리위원회(50.0%) 등은 비율이 50%를 넘었다. 또 한국인체조직기증원(46.2%), 한국교육학술정보원(46.2%), 대한석탄공사(44.8%),한국원자력환경공단(40.9%), 한국감정원(37.8%), 한국남부발전(35.8%) 등은 기준을 충족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인사채용 담당자는 "지역에도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인재들이 있다"며 "능력 중심 채용으로 지역과 상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80%가량이었다. 경남 진주로 이전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경우 채용 정규직 36명 중 이전지역 인재는 1명(2.8%)에 그쳤다. 

이전지역 인재를 가장 많이 뽑은 공공기관은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지난해 정규직 15 3.5명을 뽑았지만, 전체 정규직 채용 인원 중 비중은 18.7%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지역 인재 채용은 법적 의무규정은 아니다. 현재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은 지역 인재를 우선 고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당장 하반기 이행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하지만 혼란을 겪고 있다. '지역인재 30% 채용'이 이전지역 지역인재 한정인지, 수도권을 제외한 전체 지역인재를 일컫는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능력과 관계없이 특정 지역 구직자를 우대하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비(非)지역인재 역차별'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