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이자수익 확대 힘 입어
-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조짐에
- 당국 고액 지급 관행 칼 빼들어
- 이익 나도 4년 걸쳐 나눠서 지급

금융권 CEO들이 지난해 수십억 원대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권이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확대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성과급 잔치’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내 금융회사들의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서면서 이 같은 관행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성과급은 증권업계에서 두드러졌다.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사장은 지난해 보수총액 26억8000만 원 중 성과급이 80.6%인 21억6000만 원에 달해 금융권 주요 회사 중 가장 많았다. 그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까지 가정하면 127억 원 상당이다. KB투자증권 윤경은 사장(보수총액 27억200만 원 중 성과급 20억 원),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보수총액 24억2100만 원 중 성과급 12억5500만 원),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보수총액 19억8400만 원 중 성과급 15억2400만 원) 등도 보수의 절반 이상이 성과급이었다.

은행권 주요 지주 회장도 연봉 중 성과급이 절반 가까이 됐다. 신한지주 한동우 전 회장은 15억7200만 원 중 성과급이 8억3800만 원에 달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연봉 13억2100만 원 중 6억3천700만 원이 성과급이었다.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은행이 기록적 실적을 내면서 가계는 1400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으로 등이 휘어지고 있는데 은행은 실적 잔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5조8786억 원으로 6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각각 1조983억 원과 1조310억 원 등 1조 원이 넘는 순익을 벌어들여 각각 2011년과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이런 기록적인 실적은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려 예대마진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지난 5월 기준 연 3.47%)는 2010년 3월 이후 7년2개월 만에 기업대출금리(3.45%)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단기 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 타파’를 제시하면서 ‘성과급 잔치’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또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는 이익을 내도 성과급을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한편, 성과급 지급 비율과 같은 비율로 손실액을 책임지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금융권의 의견도 수렴 중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