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예상 지원자 수 5, 6명
- 뚜껑 열어보니 16명 도전장
- 낙하산 내정설 불거져 있어
- 최종선정까지 진통 겪을 듯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자리를 건 경쟁 구도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초 내·외부 인사 5, 6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 금융업계의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 인원의 3배인 16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과 연루된 낙하산 인사의 내정설까지 불거진 상태여서 최종 후보 선정에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문재인 정부의 민간 금융기관 인사 불개입 의지 및 금융 정책의 방향을 판단할 첫 시험대로 여겨져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6일 부산 남구 문현동 BNK부산은행 본점 로비에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2011년 BNK금융지주 설립 이후 내부 승진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개방형 회장 공모를 하면서 26일 신청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외부 인사 등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설과 외풍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19일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BNK금융지주는 지주 회장이 부산은행장을 겸직했다. 이사회의 이런 결정은 은행장과 지주 회장 권한을 한 사람이 가짐으로써 각종 파행을 견제할 방법이 없고, 최고경영자 한 명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힘든 상황에 빠질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총 6명의 이사가 참여했다. 이사들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주 이사회 정원은 8명이었다. 지난 4월부터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중인 데다 정민주 전 지주 부사장마저 퇴직하면서 BNK 내부 인사는 이사회에서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결정된 지주 회장 및 부산은행장 분리와 지주 회장 개방형 공모는 팽팽한 논란을 낳았다. ‘부산 경제의 심장이자 핵심인 지역 금융기관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내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세우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과 ‘앞서 2명의 CEO가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선 상황에서 내부 개혁은 힘들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제 최대 관건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을 얼마나 담보하느냐에 달렸다. 또 BNK금융그룹이 지역 경제의 혈맥 역할을 해온 만큼 내부적으로 조직의 쇄신을 이끌고, 외부적으로는 지역 상공계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할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낙하산 인사 반대 운동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이날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외부 인사 내정설이 불거지는 것은 회장 공모 절차가 사실상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BNK금융그룹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해야 하고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