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개정협상 요구하며 강수
- 한국은 “서두를 것 없다” 입장
- 개최지 선정부터 ‘초반 기싸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위원회 특별회기를 오는 22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 여부 등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며, 양국 간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은 이번 공동위 특별회기를 계기로 즉각 한미 FTA 개정협상에 들어가자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특별회기 개최요청 서한을 보내면서 “협정 개정·수정 가능성 등 협정 운영을 검토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달 24일 특별회기 개최 요구에 응한다는 답신을 보내면서 미국이 언급한 개정협상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미 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미국이 강수를 두며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양국은 이번 공동위 특별회기에서 논의할 안건도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산업부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은 지난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의 이익균형에 맞게 문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한미 FTA 개정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무역적자는 FTA로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 등 미국이 만족할 만한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상품 부문에서는 이익을 보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고, 대한민국의 투자액도 훨씬 많다는 점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국익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양국은 결국 FTA 개정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개선 분야로 지적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남용, 한국이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등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여론 효과 등을 노려 공동위 특별회기 자국 개최를 주장해왔지만, ‘협상을 요구한 국가의 상대 국에서 회의를 연다’는 협정 규칙을 앞세운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한 발 물러섰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