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외끌이 스크류 그물 엉켜
- 선장 제거작업 중 심장마비사
- 배에 걸려 표류, 예인 다반사
- 정부 어구관리법 국회서 ‘낮잠’

중국산 저가 그물이 애용되면서 어민들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조업 중단 사태가 잦은 데다 최근에는 이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지만 대책마련은 지지부진하다.

부산해경은 부산 선적 대형외끌이 D호가 지난 15일 경남 통영시 홍도 남방 20해리 해상에서 의식을 잃은 응급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A(58) 씨를 헬기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고 20일 밝혔다. 어선 D호의 선장인 A 씨는 어선 스크류에 버려진 자망이 걸려 바다로 직접 들어가 그물 제거작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었다고 부산해경은 설명했다.

어선 D호의 선원 B 씨는 “아예 엔진을 돌리지 못할 정도로 큰 자망이 걸렸고, 선장이 공기 호스를 연결해 잠수했다가 제거에 실패한 후 두 번째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며 “조업과 항해 중에 자망과 통발 에 가장 많이 걸리는데, 통발은 자르기라도 쉽지만 자망은 걸리면 절단 시도도 여러 번 해야 하고 숫자가 워낙 많아 물고기와 함께 매일 같이 잡힐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년 전에도 쌍끌이어선에 자망이 걸려 제거 작업을 하다 선원이 사망한 사례가 있고 지난 18일 오전에도 거제도 남쪽 해역에서 대형외끌이 E호가 자망에 걸려 표류하다 주위에 있던 Y호에 예인됐다”며 “조업 현장에서는 바쁘다 보니 해경과 어업관리단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 최대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신고나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수면에 수직으로 펼치는 자망은 물고기들이 그물에 꽂히게 해 잡는 어법이다. 수산어구·어법의 한 전문가는 “자망 어법이 이곳저곳 그물을 펼쳐두기 때문에 그물 사용량 자체도 많은 데다 최근 중국산 저가 나일론 그물을 많이 쓰면서 10만 원보다 저렴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가 걸려서 죽고, 이를 먹으려는 다른 물고기가 또 걸려 죽는 ‘유령어업’의 피해가 연간 총 어획량 중 10%(약 10만ｔ)에 해당되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37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폐어구의 체계적 관리방안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는 3만9566ｔ으로 자망은 3만7619ｔ, 통발은 1947ｔ으로 추정됐다. 이 중 연안 자망만 3만6486ｔ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최소한의 추정량으로 실제 어업인들은 더 많은 어획을 위해 정해진 어구 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50%가량 초과해서 사용할 경우 서남해에는 3만3501ｔ, 동해에는 2만5848ｔ 등 총 5만9349ｔ의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해양수산부는 정부 입법으로 어구 실명제, 어구 이력 관리 등 생산자·유통업자·사용자까지 관리하는 ‘어구관리법’을 마련, 법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 의결돼 국회로 넘어왔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이 심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