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현(사진)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총수 부재’ 사태가 장기화된 것과 관련해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임직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25일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이후 삼성 임원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오전 일찍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형을 언급한 뒤 “여러분 모두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저희 경영진도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불확실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우리 모두 흔들림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며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경영진이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힌 뒤 권 부회장은 “지금까지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자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인 권 부회장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사실상 ‘총수 대행’ 역할을 맡은 권 부회장이 이날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은 지난 2월 말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 선언한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마저 사라지면서 사실상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 창구는 완전히 없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60여 개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는 경영 전략을 사실상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업 분야가 겹치는 일부 계열사는 ‘중복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의 혼란 가중과 함께 그룹 내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큰 문제다. 이날 오전 7시께 권 부회장의 메시지가 사내망에 오른 직후 임직원들은 이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약 3시간 만에 ‘추천’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