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기업 많아 … 위험관리 시급

조선·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침체로 경영 악화를 겪는 부산의 기업들이 이번에는 ‘상장폐지(상폐) 리스크’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부산지역 상장사 중 ‘주식시장 퇴출’ 업체가 5년 만에 나온 데다 거래가 정지된 일부 상장사도 실적 악화 등으로 상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법정관리와 상폐 위기에 휩싸였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당시 지역경제에 미친 후폭풍 등을 고려할 때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KRX)는 3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부산의 밸브 전문업체인 ‘엔에스브이’(코스닥)를 주식시장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를 낸 엔에스브이의 실적 등을 반영한 것이다. 부산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중 인수합병(M&A)을 제외하고 실적 악화 탓에 상폐 기업이 나온 것은 2012년 4월 ‘평산’(감사의견거절·코스닥)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엔에스브이는 4개 사업연도(2013~201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같은 달 23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 때문에 4월 18일 개선 기간(7월 31일까지)을 부여받고 이달 초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재감사 보고서, 2017년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42억6870만 원의 영업적자를 내 상폐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억8702만 원)보다 적자 규모가 5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상폐 여부에 빨간불이 켜졌거나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후보’ 업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엔에스브이(올해 상반기 기준 20억 원)보다 매출액이 35배나 많은 현진소재(711억 원·선박용 엔진부품 제조)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지난 3월 3일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폐 여부를 놓고 그간 수차례 심의를 받았다. 2017년 반기보고서는 지난 14일 제출했으나 올해 2분기 영업적자(9억7409만 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5월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에 명시된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 3278개(2015년 기준) 중 조선·해운 등 부산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업체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월 상폐 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증시 퇴출 기업이 늘면 그만큼 지역경제의 위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매년 IPO(기업공개·상장) 건수가 많아야 5개 안팎에 불과한 부산은 더 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