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동맹뿌리 흔들” 우려 목소리
- 美업계 FTA장점 홍보·폐기중단 설득
- 실제 강행 부담 많아 협상용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의사를 공식화하자 그동안 ‘FTA 사수’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해 온 한국과 미국의 경제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양국 경제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FTA 개정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와중에 나온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FTA 재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일종의 ‘엄포’를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확대간부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지시’ 발언이 이날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해당 발언의 진의 등을 분석하는 한편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한미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FTA ‘부분 개정’과 ‘완전 폐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업종의 피해를 넘어 양국 경제동맹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분석 자료를 보면, 한미 FTA 폐기로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가 FTA 발효 이전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액은 130억1000만 달러(15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재계는 이 같은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계의 반대와 법적·행정적 절차 등으로 ‘FTA 폐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한 것은 재협상 상대국인 한국에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더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FTA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이날 한미 FTA 체결 이후 자국의 수출 증가세 등을 강조하며 “FTA를 폐기하면 백악관과 업계와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6차 핵실험으로 확인된 북한발 리스크와 중국의 경제 규제 등으로 풍전등화 상황에 놓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계는 미국 상공계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거나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대한상의는 미국 상의와 함께 한미 FTA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전경련도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재계회의를 FTA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전미제조업협회’는 이날 회원사들에 긴급 이메일을 보내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접촉해 FTA 폐기 중단을 설득하라”고 독려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