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치 195만 대에 크게 못미쳐
- 현지법인 합자 파기·철수 등
- 판매전략 전면 수정도 검토

올해 현대·기아자동차의 전체 판매량이 700만 대 밑으로 내려가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각종 규제로 현지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미국 시장에서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10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추가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의 시설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국내를 포함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애초 목표치였던 825만 대를 크게 밑돌아 600만 대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2010년(574만 대) 처음으로 500만 대를 넘어선 이후 ▷2011년 660만 대 ▷2012년 713만 대 ▷2013년 756만 대 ▷2014년 800만 대 ▷2015년 801만 대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788만 대)에는 국내 공장의 생산 차질과 신흥국 경기침체 등으로 3년 만에 8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재고가 200만 대가량 쌓여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판매량은 700만 대를 넘기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면 현대·기아차는 2011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최저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 ‘빅2’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현대·기아차 현지 생산시설의 총생산능력은 265만 대에 이르지만, 올해 판매량은 130만 대를 밑돌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 목표치는 195만 대다.

판매량 감소는 미국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 7월 열린 현대·기아차의 해외법인장 회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 줄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6.5% 늘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움직임 등 현지 당국의 통상 압력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8일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리스크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드 보복’을 피하지 못한 유통업체 이마트의 사례처럼 중국에서 아예 철수하거나 현지 ‘베이징현대차’ 공장을 함께 세운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이하 베이징기차)와 ‘합자 파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공장은 부품업체 간 납품대금 지급 지연 문제 등으로 최근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도 지난 6일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의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현대·기아차의 생산 능력과 기업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제1의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선을 그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