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대세
- 프리미엄세트 선호 ‘양극화’
- 호텔 관공서 연회장 예약 뚝
- 꽃집 매출 반 토막… 12% 폐업
- 제조업 하청업체 많아 영향 미미

오는 28일 법 시행 1년을 맞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통업계 및 화훼, 호텔 마이스 업계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시장에 명암을 만들었다.

19일 오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추석선물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5만 원 이하 가격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명절 앞 선물 시장 확연한 변화

김영란법 시행 1년에 따른 변화는 추석 대목을 맞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물 상한액(5만 원)을 고려한 상품이 대폭 강화되고, 이른바 ‘가성비’가 명절 선물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19일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추석 선물세트 가운데 5만 원 이하 상품을 전년보다 배 이상 늘리고 비중을 24.3%까지 확대했다. 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 설 선물시장 매출 분석 결과에 바탕을 둔 비중 확대다. 실제 추석 선물 사전예약판매(8월 8일~9월 10일) 결과 5만 원 이하 상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신장하며 전체 신장률인 36.8%를 크게 상회했다. 롯데백화점 남기대 식품부문장은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수요 증가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세트 구매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1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세트가 강세를 보이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부산지역 이마트는 사전예약판매기간(8월 14일~9월 19일) 전체 매출 신장률이 7.2%에 그친 반면 5만 원 이하와 10만 원 이상 상품은 10.3%, 9%로 평균을 웃돌았다. 5만 원 이하 선물 예약이 많은 법인 고객과 달리 개인 고객일수록 프리미엄 세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낮은 단가의 세트 판매가 증가하면서 산지 연계·덤 행사 등으로 프리미엄 세트 매출을 높이려는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 화훼업계 ‘반 토막 매출’ 허덕

화훼업계는 난(蘭)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감하면서 반 토막 난 매출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농협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절화류는 13~15%, 난은 17~19%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훼 소비가 줄어들면서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지만, 가격은 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상칠 석대화훼단지 상인회장은 “청탁금지법 이후 전국 꽃집의 12%가 폐업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일부 가게는 전기료 내기도 버겁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란법으로 마이스 행사 규모가 축소되면서 호텔업계에서도 한숨 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공서 중심의 연회장 예약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행사가 열리더라도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을 꺼리면서 행사가 쪼그라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 관계자는 “3만 원 이하의 식사를 요구하다 보니 뷔페 대신 도시락을 내는데, 수익성이 좋지 않다”며 “법 시행 초기에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기준이 잡힌 듯하다”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체는 대부분 중소규모인 탓에 김영란법의 영향이 덜한 편이지만, 이른바 ‘3·5·10(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 등 상한액 규정)’ 가액기준은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주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기업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영업 활동이나 대관 업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역 제조업체의 경우 대관 업무가 많지 않은 데다 하청업체가 많아 청탁금지법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병욱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