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 1400조 원 가계빚 부실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부터 9년 만에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한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보유 자산을 늘리며 양적완화에 나섰던 미국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국의 긴축 행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한층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4조5000억 달러(약 5078조 원)에 달하는 보유자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석 달 동안 매달 최대 100억 달러(약 11조3400억 원)의 보유자산을 줄인다. 이어 내년 10월까지 3개월마다 한도를 상향해 국채는 매월 최대 300억 달러, MBS는 200억 달러까지 재투자를 중단한다. 연준은 자산 규모를 어느 선까지 줄일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자산이 최대 2조 달러에 달할 때까지 몸집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애초 시장이 예상대로 현재의 1.00~1.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12월 금리 인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1.25%)보다 높아진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과 연말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회복세가 강한 추세다. 고용시장은 더 호조를 보일 것이며 올해 물가 부진도 일시적이다”고 했다.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9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장금리 상승세가 빨라질 경우 가계부채(6월 말 현재 1388조3000억 원)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