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규제벽 높아 혁신 어려워”

전 세계 100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혁신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현재 세계 핀테크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이스트 이병태(경영학) 교수는 22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IT 발전 전략’ 콘퍼런스에서 ‘경제혁신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핀테크 3년의 실험’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 핀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은 전무했다. 미국 25개, 영국 12개, 중국 9개, 호주 9개 등이고 러시아, 칠레, 필리핀 등도 1곳씩 포함됐다. 지난 4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가 발표한 전 세계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23곳에도 한국은 들지 못했다. 미국이 11개, 중국 6개, 기타 국가 6개였다.

이 교수는 금융이 시장의 원리로 작동되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의 벽이 높아 핀테크 혁신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 발전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효율적인 투자와 시장 경쟁을 통한 기업 혁신이 저해된다”며 “금융 시스템은 경제 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함으로써 기업가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금산분리 정책과 일자리 보호 신앙으로는 금융산업 육성과 핀테크 혁신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원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온라인 시스템이 고객 중심이 아니다 보니 생겨난 ‘틈새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은행도 결국 비슷한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인터넷은행이 전산 비용, 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 극히 적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금융지주 등이 인터넷은행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