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코·기보·남부발전 급감과 대조
- 접대문화 간소화 추세 역행 논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년간 청렴 문화와 ‘접대 간소화’ 등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것과 달리, 대표적 금융 공기업인 한국거래소(KRX)의 올해 업무추진비는 오히려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다른 문현금융단지 입주 기관들의 업무추진비는 일제히 40% 안팎으로 줄어 거래소의 법 준수 의지가 약해지거나 적어도 둔감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팀은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문현금융단지에 입주한 기업 중 월별로 임원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술보증기금(기보), 한국남부발전 4곳의 업무추진비 지출현황(기관장 제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독 거래소만 증가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식비와 행사비 등 주로 대외 업무 및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무추진비는 청탁금지법에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항목이다.

거래소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였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는 임원 업무추진비가 1441만 원으로 전년 동기(1937만 원) 대비 25.6% 감소했다. 이는 법 시행 초기 거래소를 포함한 공직사회 전반에 ‘조심하자’는 기류가 강하게 일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6월까지의 업무추진비가 2016년 1~6월(3275만 원)보다 오히려 17.8% 증가한 3856만 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시장 상황에 따라 지출 규모는 달라진다. 건수별 금액도 다른 기관보다 현저히 적다”며 “업무추진비 증가는 대외 업무의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문현금융단지에 있는 금융 공기업 중 임직원 수(1300여 명)가 가장 많은 캠코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045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4425만 원으로 36.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기보와 한국남부발전(상임감사위원 기준)도 각각 43.4%와 30.4% 급감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거래소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위원장+부위원장)의 올해 1~6월 업무추진비 역시 15.0% 줄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그간 ‘방만 경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거래소가 업무추진비의 증감 여부를 말하기 이전에 사용 내역과 항목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문현금융단지 기관별 임원 업무추진비 현황 구분 2016년  1~6월 2017년  1~6월 증감률(%) 거래소 3275만1000원 3856만6000원 17.8 캠코 7045만5372원 4452만6751원 -36.8  기보 1372만700원  776만4200원 -43.4  남부발전 382만4000원 266만 원 -30.4 ※자료 : 각 기관,  ※남부발전은 상임감사위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