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경제 발전 전혀 기여 못해
- 일각선 “부산 사무소 전락” 우려
- 오늘 새 수장 추가 공모 마감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추가 공모가 26일 마감하는 가운데 차기 이사장은 ‘부산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공공기관 이전 1호’ 한국거래소의 부산화 의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부터 2014년까지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을 부산 본사와 서울 사옥 등 두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진행했지만, 2015년부터 부산에서는 개장식을 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개장식을 없애는 대신 폐장식을 신설해 부산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서울 사옥에서 기존에 진행해온 납회식과 중복돼 관심을 받지 못 하는 ‘지역만의 행사’가 되고 있다.

기업 상장유치 설명회 등 굵직한 행사 역시 모조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하고자 하는 비상장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장설명회는 다음 달 1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1층 아트리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부산이 파생금융중심지이지만 지난 13일 열린 ‘배출권 시장 발전을 위한 한·유럽 공동세미나’도 서울 사옥에서 열렸다. 지난 18일 열린 정찬우 전 이사장의 이임식마저도 부산 본사가 아닌 서울 사옥에서 열렸을 정도다.

부산에서 다양한 금융 관련 국제행사가 열리면 지역 마이스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거래소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게 지역 마이스업계의 입장이다. 올해 부산 본사에서 열린 거래소의 대외 행사는 ‘한국형 테슬라 육성을 위한 상장 설명회’와 ‘부산지역 여성벤처기업 대상 코넥스 및 코스닥 상장설명회’ 등에 불과하다. 지역 마이스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개최하는 행사는 규모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편이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열려 지역경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자본시장의 중심지라는 것을 상징하는 상징물조차 없는 상태이다. 2007년 부산역 광장에 설치해 ‘금융도시’ 부산의 이미지 형성과 각종 경제지표를 알렸던 증권선물 시세 전광판(KRX 타워)도 노후화를 이유로 이달 초 철거했다.

거래소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부산 본사가 ‘부산 사무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거래소가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지를 못했다. 문현금융단지 내 ‘큰형님’을 자처하고 있지만 캠코나 예탁결제원 등 다른 기관이 부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며 “이번에야말로 ‘부산 본사’의 위상을 드높이고 부산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