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깜깜이 심사’ 논란 등을 의식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이사장 후보 추가공모에 나섰으나, 이번에도 2차 지원자들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해 거래소 스스로 더 큰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그간 이사장 등 주요 인사를 선임할 때마다 논란을 자초해 온 거래소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사 시스템 전반을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이사장 후보 2차 공모를 진행한 결과 3, 4명이 추가로 접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로써 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1차 공모에 지원한 후보(10명 안팎)를 합쳐 총 14명으로 확정됐다. 거래소는 총인원만 공개했을 뿐 1차와 2차 공모에서의 정확한 지원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14명 중 인적 사항 공개에 동의한 후보는 1차 공모 때 지원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최홍식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을 포함해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와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여기에 거래소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총 7명이다. 이에 따라 후보 간 대결 구도는 거래소 내부 출신 인사와 정·관계 외부 인사, 금융투자업계 인사 등 3파전으로 형성됐다. 거래소는 서류 및 면접심사 등을 진행한 뒤 다음 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이사장을 확정한다.

문제는 ‘추가 공모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던 거래소의 의도와 달리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 의혹과 ‘구색 맞추기식 추가 공모’ 등 온갖 추측과 조직 내 불협화음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추가로 지원한 3, 4명 중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일부 인사는 정·관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차 공모 때 제기됐던 ‘특정 인사 내정설’이나 낙하산 논란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오히려 거래소는 투명성을 높이지 못한 채 이사장 선임 작업을 한 달이나 지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래소 노조 측은 “결국 2차 공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인사 잡음의 근본 원인은 ‘밀실 심사’에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현재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구성원 수와 위원 명단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10명 안팎의 위원회 내 구성원 중 부산 출신 인사도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신임 이사장 후보는 비부산권 인사에 쏠릴 수밖에 없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차기 이사장은 부산을 국제 금융중심지로 육성·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김미희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