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금융완화 줄일 여건 돼”
- 수출호조·내수 완만한 회복 예상
- 미국과 금리역전 현상 발생 차단
- 가계 부채·북한 리스크가 변수

한국은행은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금리 인상을 강하게 예고했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올리고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1년4개월째 제자리걸음인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주열(깃발 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25%인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장인 16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기록을 갱신하게 됐다. 이에 앞서 한은은 2009년 2월 금리를 내린 뒤 2010년 7월 금리를 올릴 때까지 16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동결 결정 배경으로는 북한 리스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은이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경기 회복세의 토대가 마련됐음을 시사한다. 한은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발표했던 2.8%에서 3.0%로 높여 정부의 목표치와 발을 맞췄다. 내년 성장률도 2.9%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수출이 세계 경제 회복세 지속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내수도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을 종전 1.9%에서 2.0%로 높여 잡으며 점차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당장 지표로 나타나는 영향은 별로 없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이주열 총재도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돼가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이 6년 만에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낸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수의견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금리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은이 신호를 주는 방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이 12월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선제대응 차원에서 연내 금리를 올리거나 북한 리스크 등을 고려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를 정상화함으로써 막대한 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에도 대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도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오는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경우 한미 간 정책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그러나 1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나 수출 주도 성장세로 체감경기가 그에 못 미치는 점이 금리 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