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독식 막기 위해서는
- 동남권 인프라·기술축적 바탕
- 산학연관 협력 적극 진출 필요”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따라 원전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지역기업이 원전해체산업에 진출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24일 부산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원전해체산업 육성 세미나’에서 전문가 패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24일 부산상의에서 지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원전해체산업 육성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7월 부산시가 개최한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초청 원전해체 특별 세미나에 이어 지역기업들에 원전해체산업 진출 전략과 기술개발 방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추진 과제를 제시하려고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약 13조 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원전해체시장에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하려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 개발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기업의 원전해체산업 진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남대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동남권본부 센터장은 “원전해체산업은 원자력뿐만 아니라 기계와 로봇, 화학 등 다른 분야와 복합된 종합 엔지니어링 및 융합산업”이라고 말하며 “가죽과 가방, 신발 제조업부터 1차 금속, 의료, 정밀 광학기기, 전기장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센터장은 “원전해체 핵심 기반기술 중 현재 17개 기술만 확보돼 있으며 해체준비,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분야에 걸친 21개 기반기술은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전국 최초의 원자력산업단지가 있는 부산은 원전해체와 관련된 산업 분야에 총 2만5000여 개의 사업체가 있고 물류 인프라와 대학 및 연구기관을 확보하고 있어 원전해체산업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전해체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동남권 기업이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대 안석영(기계공학부) 교수는 “원전업계의 특성상 해체산업의 경우 대기업 등 선두 주자가 독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역기업들은 적극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지역기업은 지자체와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연구 개발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증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상의 조성제 회장은 “부산은 국내 원전의 발상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원전해체산업은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업에서 축적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만큼 부산이 원전해체산업을 선점하고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6033억 원으로 2070년 이후 국내 23개 원전이 완전히 해체된다고 가정할 경우 해체비용만 총 13조87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