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2번째 제품 ‘프렌즈’
- 목소리로 음악 재생·정보검색
- 카카오 ‘카카오미니’ 예약판매
- 음성 통해 카톡 메시지 전송
- 두 제품 모두 자사 서비스 연계

국내 IT 업계에서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막강한 검색엔진과 ‘국민 메신저’ 서비스를 앞세워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두 기업의 타깃은 일단 ‘AI 스피커’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AI 스피커 출시를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거나 해당 플랫폼(AI 스피커)을 통해 고객이 자사의 주요 서비스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포털과 메신저라는 기존의 사업 역영을 넘어 생태계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의 블루투스 기능으로 재생하는 모습. 네이버 제공(왼쪽),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 카카오 제공

■음악 재생에 검색·카톡·대화도 가능

네이버는 자사의 AI 플랫폼 ‘클로바’(Clova)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 ‘프렌즈’(Friends)를 26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 8월 ‘웨이브’에 이어 네이버가 불과 두 달 만에 내놓은 두 번째 AI 스피커다. 당시 웨이브는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 정식 판매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프렌즈는 사용자의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재생한다. 양방향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갖춰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도 높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프렌즈로 들을 수 있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DB(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정보 검색뿐 아니라 일정 브리핑과 교통 상황, 장소 추천, 영어 대화 등 생활 밀착형 정보도 제공한다. 무게가 378g에 불과한데도 배터리는 5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해 야외에서 음악을 듣는 용도로 적합하다. 프렌즈의 정가는 12만9000원이다. 하지만 할인 등을 적용한 실구매가는 9만9000원이다. AI 기기 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정식 발매한다. 구체적인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이미 지난 25일부터 ‘카카오미니’의 예약 판매물량 3000대를 배송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진행된 예약 판매 당시에는 38분 만에 준비된 물량(3000대)이 모두 소진돼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카카오미니 역시 음성 명령에 따라 음악을 재생하거나 날씨·알람·뉴스·주가·운세 등 각종 정보를 AI 대화형 서비스로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음성을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사용자가 “‘오늘 약속 잊지마’라는 카톡을 철수에게 보내줘”라고 말하면 카카오미니는 “보낼까요”라고 확인 질문을 한다. 그 이후 사용자로부터 “응”이라는 답변을 받으면 바로 메시지를 전송한다. 카카오미니의 무게는 390g이다. 가로·세로는 7.6㎝씩이다. 높이는 11㎝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직육면체 형태다. 정식 발매가는 11만9000원이다.

■AI 플랫폼 선점 경쟁 본격화 분석

포털과 메신저 업계를 대표하는 두 ‘공룡’ 기업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스마트 스피커를 앞다퉈 내놓은 것은 향후 AI 플랫폼을 선점하거나 사업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를 사용하면서 스트리밍 음악을 들으려면 각각 네이버 뮤직이나 카카오 멜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들 두 제품이 ‘스피커’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정보 검색(프렌즈)과 메시지 전송 기능(카카오미니) 등을 갖춘 것도 자사의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기 위한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플랫폼 시장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의 문제도 경쟁 관계인 이들 두 업체가 해당 제품을 출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선점 여부에 따라 콘텐츠 판매 등에서 패권이 갈리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플랫폼을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삼고자 AI 서비스 대상 분야를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업체별 AI 스피커 주요 특징 프렌즈(네이버) 카카오미니(카카오) -음성으로 음악 재생 -양방향 블루투스 연결 기능 -네이버 정보 검색 및 생활 밀착형 정보 제공 -배터리 5시간 연속 사용 -가격 12만9000원(정가 기준) -음성으로 음악 재생 -AI 대화형 서비스로 각종 정보 제공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휴대용 직육면체 형태 -가격 11만9000원(정가 기준) 자료 : 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