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단축’ 통과 가능성
- 재계, 추가고용·수당 부담에
- 속도·적용범위 조절 촉구키로

재계가 1일 시작된 정기국회 법안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노동 관련 주요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한 일부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단체 등은 입법 논의 기간 ‘단계적 법 적용’과 같은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입법 논의에 들어가는 노동 관련 법안 중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근로시간 단축’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만큼 당장 내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개정안은 현행 주 68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노동계는 생산성 향상과 삶의 질 제고 등을 법 개정의 주된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 자료에서 “근로시간이 주 40시간까지 단축되면 노동생산성은 1.5% 증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휴일근무수당 가산 지급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 부담액은 ‘생산량 유지’ 차원에서만 봤을 때 연간 12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속도 및 적용 범위 조절’을 촉구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증가 등이 우려되는 만큼 기업 규모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한상의는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에게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상당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인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도록 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현재 재계는 최저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 항목이 ‘기본급’과 ‘월고정수당’으로 제한된 탓에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기업의 비용 부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임금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