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식 행사 오늘로 하루 늦춰

- “거래소 부산 홀대 지적 통감
- BIFC 기관들과 시너지 효과
- 노조와 화합 조직안정 최우선”

2일 열릴 예정이던 제6대 한국거래소(KRX) 정지원 신임 이사장의 취임식이 노조의 반발로 열리지 못하고 하루 연기됐다.

2일 한국거래소(KRX) 정지원(오른쪽 두 번째) 신임 이사장이 취임식 참석을 위해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들어서자 노조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정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62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9시47분께 건물 2층 로비에 도착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정 이사장 일행을 가로막으면서 행사장으로 입장하지 못하게 했다. 정 이사장은 노조원들과 5분 정도 대치하다 발길을 돌렸다. 거래소는 이사장 취임식을 3일 오전 10시로 연기했다.

거래소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신임 이사장 선임과정을 보면 기회가 평등하지도, 절차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낙하산 인사 근절과 함께 절차적 위법과 내용적 위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거래소 노조와 대화로 타협점을 찾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정찬우 전 이사장 취임식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취임식장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결국 다음 날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거래소 안팎에서는 노조가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정 이사장은 별도의 기자간담회에서 2005년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거래소의 ‘부산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출신인 정 이사장은 “거래소가 부산이 본사임에도 부산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지적에 통감한다”며 “거래소의 부산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거래소를 부산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문현금융단지 내 ‘맏형’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현금융단지에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입주해 있다. 정 이사장은 문현금융단지 내 입주기관 기관장들과도 막역한 사이다. 예탁결제원 이병래 사장과는 서울대(81학번) 동기이며, 행정고시 27회인 정 이사장은 캠코 문창용 사장(28회)과 한 기수 차이다. 정 이사장은 “문현금융단지 내 기관들과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 사태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도 추스르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겠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1962년생으로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