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기 67.3% “가장 큰 부담”

# 직원 190명 둔 차 부품업체

- “연 순익 2억인데 인건비 8억 올라
- 최저임금에 상여금 포함돼야”

# 구인난 겪는 화학업체

- “사정 다 달라… 일괄단축 무리”
- 외국인 노동자만 수혜 지적도
- 대부분 협력업체 범법 속출 우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A사의 대표는 당장 내년 1월로 다가온 최저임금 상승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자동차 시트를 제조하는 A사는 작업 특성상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해 직원 190명을 고용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급이 7530원(현재 6470원)으로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임금을 산정해보니 연간 8억 원의 인건비 상승이 예상됐다. 연간 순이익이 1억~2억 원 수준인데 현재의 정부안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거액의 적자를 보게 된다. A사 대표는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하지 않으면 임금 상승분을 감당할 여지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말을 맞은 지역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적잖은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주 최대 68시간 → 52시간)도 지역 중소기업을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부족한 일손을 채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야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경남의 한 화학업체 B사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직원을 10~15명 정도 더 뽑아야 한다. 하지만 직원을 뽑으려고 구인광고를 내도 필요한 직원이 찾아올지 장담할 수 없어 고민이다. B사 대표는 “중소기업의 경우 하루나 일주일 일해보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 근로시간 단축 시 안정된 인력을 뽑을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인원수와 상관없이 업체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정하는 것은 무리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범법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부산의 한 전기공사 업체 C사의 대표는 단축된 근로시간을 지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건설 현장에 전기 공사를 하러 가면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해야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C사 대표는 “이런 상황이 된다면 근로시간을 넘겨서 법을 어기게 되는 곳이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분과 초과 수당을 건설 공사를 발주한 대기업에서 반영해줄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 D사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국내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회사 전체 인원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편의를 위해 식대·기숙사 지원 등 1인당 매달 50만 원 정도의 복리후생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D 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복리후생 비용만큼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지급해 왔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외국인 노동자의 복리후생 비용만큼 국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기 힘들어졌다. D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당장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숙식 제공을 중단할 수도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노동자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9일 동안 ‘중소기업의 경제 상황 인식 및 정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의 67.3%가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를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현안으로 꼽았다고 10일 밝혔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소득주도의 성장으로 선순환하는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시행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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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