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담뱃세 인상으로 벌어졌던 ‘담배 사재기’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 세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애연가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우(38·부산 부산진구) 씨는 얼마 전부터 편의점을 지날 때면 궐련형전자담배(전자담배) 가열기기 아이코스 전용 담배인 ‘히츠’를 구매하고 있다. 보루 단위로 판매하는 곳이 있으면 한 보루를 구매하기도 했다. 최근 전자담배 세금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충분히 사두려는 것이다. 김 씨는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비하기보다, 정부가 2014년 담뱃세 인상을 예고한 후 담배 사재기로 겪었던 ‘담배 기근’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는 정기국회 전체회의를 열고 전자담배 한 갑에 지방세를 현재보다 532원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전자담배 소비세를 528원에서 897원으로, 지방교육세를 232원에서 395원으로 각각 올렸다. 세금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11일부터 2주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전자담배에 부과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438원에서 750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모두 한 갑에 2986원으로 종전 대비 1247원 오르게 돼, 4300원인 현재 판매가격이 내년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예상한 애연가들이 보루 단위로 사들이면서 일부 편의점은 아이코스, 글로 등의 전용 담배 물량 부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전자담배 사재기를 우려해 지난달부터 제조업자와 도·소매업자를 대상으로 단속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도 정부 고시에 따라 직전 3개월간 월평균 매입량의 110%로 점포별 발주 수량을 제한하며 사재기 사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개인이 편의점을 돌아다니면서 사들이는 행동까지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연가의 걱정과 달리 전자담배 세금인상 폭만큼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초기라 당분간 가격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 200~300원 정도 오르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궐련형 전자담배 갑당 세금 및 소비자가   (단위:원)   현행 개정(안) 개별소비세 126 529(11월 9일) 지방교육세 232 395(12월 8일) 담배소비세 528 897(12월 8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438 750(12월 중) 부가가치세 391 유지 폐기물부담금 24 유지 소비자가 4300 5000(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