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오카 숙박·음식 등 여행경비

- 서울·제주보다 저렴해진지 오래

- 환율 900원대·면세 쇼핑도 매력

- “비용 많이 들고 필요성 못 느껴”

- 시·관광공사, 외국인 수만 세고

- 관광산업·정책 DB 활용 위한

- 외국 가는 지역민 수 집계 안 해

올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7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마다 그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부산 역시 사정은 비슷해 3년 전과 비교해 일본으로 여행 간 지역민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국내 여행비가 비싸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후쿠오카 여행비, 서울의 절반 수준

부산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기영(35·부산 동래구) 씨는 아내와 20개월 아들과 함께 지난 2일부터 2박3일간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했다. 출발 2주일 전 예약한 왕복 항공료는 약 25만 원. 후쿠오카 번화가인 텐진 근처 4성급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16만3000원이었다. 도착 첫날 저녁은 숙소 근처 고깃집에서 9만4333원(9800엔)짜리 코스 요리를 먹었다. 이후 간단한 쇼핑을 하고 잠든 후 둘째 날 오전에는 호텔 조식을 먹었다. 호텔 체크아웃 후 1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교외 지역인 하마사키에서 우동과 초밥을 먹었다. 아내와 각각 생맥주 1잔과 초밥 10개가 나오는 도시락을 먹고 3만8500원(4000엔)을 냈다. 이날 새로 정한 숙소는 5성 호텔급 ‘료칸’으로 숙박비가 43만3100원(4만5000엔)이 나왔다. 2인 가족 코스 요리가 나오는 석식과 다음 날 조식 그리고 숙소 내 술집에서 무제한으로 술을 마실 수 있어 별다른 경비가 들지 않았다. 김 씨 가족은 비교적 호화로운 여행을 했지만 항공권료를 제외한 여행 경비는 약 73만 원이었다. 김 씨는 “요즘 환율까지 100엔당 900원대로 내려가면서 실제로 여행을 해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싸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의 일본 여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8일부터 3인 가족이 서울과 제주도에 가는 데 드는 비용을 각각 계산해봤다. 서울 4성급 호텔 일반실은 하루 14만5000원으로 후쿠오카(16만3000원)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제주도의 4성급 호텔은 하루 17만 원으로 일본보다 비쌌다. 5성급 호텔 숙박비는 제주도 30만2000원, 서울 29만400원이지만 1인당 3만 원가량인 조식과 9만9000원짜리 호텔 뷔페를 포함하면 숙박비는 배 가까이 뛰어 후쿠오카보다 훨씬 비쌌다. 초밥 세트 가격은 점심 특선으로 해도 1인당 2만 원은 훌쩍 넘는다. 생맥주 가격도 후쿠오카는 500㎖ 잔당 4811원(500엔)이지만 서울과 제주도는 6000원이 넘었다. 일본 라멘 6736원(700엔)과 서울의 냉면(8000~1만 원), 제주도의 고기국수(7000원) 가격을 비교해도 한국이 더 비쌌다. 

13일 각국 여행 경비를 비교해주는 ‘당신의 여행경비(Budget your trip)’ 사이트에서 숙박비·교통비·식비 등을 포함한 일본 후쿠오카의 하루 평균 여행 경비는 1인 기준 6만61원이다. 제주도(9만4419원보다 훨씬 싸고, 서울 10만6537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관광 적자 심각…통계조차 없다

한국에서 일본,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넘어가는 내국인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관광수지 적자 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지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만 집계할 뿐, 외국으로 여행하는 지역민 통계는 잡지 않고 있다. 수출액만 계산하고 수입액은 계산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변선자 관광혁신팀장은 “관련 자료를 집계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아직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와 학계에서는 부산시민이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파악해야, 해외 관광 트렌드를 분석하고 관광 자원과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관광컨벤션포럼 정우영 사무국장은 “지역민이 선호하는 관광지가 어디이고, 해당 지역에서 어떻게 먹고 자는지는 관광 정책을 입안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라며 “관공서에서는 비용대비 투자 효율이 낮다고 생각해 자료를 모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