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설치된 가상화폐 ATM

가상화폐 시장의 붕괴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비트코인이 일주일 뒤 50% 이상 폭락할 수 있다는 소문이 조성한 시장의 공포가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의 한 매체는 판테라 캐피탈 설립자 겸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인 댄 모어헤드의 “지난 한달 간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다음 주께 5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조성돼 가상화폐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제(22일) 빗썸의 가상화폐 시세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3일째 떨어져 장중 1만4000선이 붕괴돼 오전 3시10분께 1만3326 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00만 원 대를 돌파했던 비트코인 캐시도 330만 원 대 초반에서 곤두박질하고 있다. 100만 원 대에서 거래되던 이더리움도 85만1000원 밑까지 하락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폭락의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유빗이 해킹 피해로 파산하면서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가상화폐가 한달 사이에 최대 10배 이상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앞두고 시세차익을 노린 매도 물량이 집중된 게 폭락의 주 원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시장에 하락 베팅이 가능한 선물거래가 도입된 이후 가격 상승세가 제한돼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한다. 선물 가격은 현물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현물 가격만 단독으로 크게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1년물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지난 17일 개장 초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1만334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캐시(BCH),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로 투자 자금이 이동한 것이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상화폐 폭락 공포가 덮치며 전체 가상화폐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거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