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풍경. 연합뉴스 사진

정부의 광범위한 가상화폐 규제가 초읽기다. 이에 시장에서는 규제의 효과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규제가 일시적인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좁아진 시장의 통로가 오히려 거래 화폐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9일)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가상화폐 투기 억제안 발표 이후 “이러다 시장만 뒤흔들고 투기 수요가 느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제 과세당국에서 가상화폐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법무부는 최악의 경우 가상화폐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특별법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는 가상화폐 투기억제를 위한 금융권 규제를 ‘거래 실명제’와 ‘자금세탁방지’ 등 두 갈래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은 오늘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에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강도높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경우 가상화폐거래가 상당 부분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입출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은행과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 달 안에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구축해 대포통장 등을 통한 차명거래를 막을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을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불법화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들고 암호화폐의 희소성을 높이고 도피 수요를 만들어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 규모의 제한 조치가 적용돼 가상화폐의 거래·보유 등을 금지한다고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악의 경우 거래가 가능한 다른 나라 통화로 환전한 후 이를 다시 우리나라 통화로 환전하는 꼼수가 성행할 수 있다.

이렇게 가상화폐의 유통이 더 어려워져 희소성이 높아질수록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보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경우 가상화폐 암매에 몰리는 수요는 현재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 규제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주요 화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정부 규제에 역행하는 시장의 모습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투자 전문가는 “규제가 가까워지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 가상화폐 시장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시장에 한날 한시에 같은 규제를 하지 않는 이상 현 정부 방침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암매를 무슨 수로 막을 거냐. 마냥 처벌만 할 수도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