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낮출 꼼수 횡행 전망도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차라리 외국으로 떠나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부산지역에서 섬유 염색 등을 하는 A사는 다음 달 월급날부터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을 기본급에 적용한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대상은 외국인 노동자 10명이다. A사 측은 외국인 노동자 1인당 최소 30만 원 정도 월급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기본급이 135만 원 수준인데 165만 원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합치면 227만 원으로 월급이 상승하게 된다. 각종 수당 중 연장 근로 수당이 대부분을 차지해 깎지도 못한다.

A사 관계자는 “회사로서 10명을 고용하는 데 1년에 3600만 원 정도를 추가로 지출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1명 이상을 자동으로 추가 고용하게 되는 셈이다”면서 “당연히 올려줘야 하는 금액이지만 아무런 대비책이 없어 회사가 난처한 처지다. 임금 상승분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창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국내보다 외국에서 사업하는 게 더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제조업 기반이 아닌 지식 기반 창업의 경우 꼭 국내에 본사를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창업투자사 입장에서도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는 스타트업이 있는 곳에서 투자하면 오히려 임금 상승분을 피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창업투자사 관계자는 “투자자는 한국이 아니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최저임금이 앞으로 1만 원까지 상승하게 되면 스타트업이 이를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차라리 해외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건비가 상승하게 되니 꼼수를 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금 상승분에 대해 정부나 부산시가 지원금을 주더라도 어느 순간 끊기게 되면 채용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임금을 낮추기 위해 직원과 합의해 퇴사 후 재입사하는 것이다.

부산경제진흥원 최헌 창업지원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창업 기업 인력 지원 사업에 7000만 원을 투입해 해왔는데 올해 1억 원으로 규모를 늘렸다. 수요가 많으면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인건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향을 부산시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