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가 CT·MRI 등 의료장비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중소 사업자를 경쟁에서 배제시켰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애프터마켓(후속시장)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첫 제재사례다.

국내 CT, MRI장비시장 1위 사업자인 지멘스는 A/S시장도 90% 이상 독점하고 있다. 2013년 말부터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ISO)가 시장에 진입하자 지멘스는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위법행위를 시작했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 차별 대우를 하며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했다.

CT와 MRI의 안전관리나 유지보수에는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서비스키가 필수적인데, 자사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고급 권한이 포함된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요청 즉시 제공했다. 그러나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권한이 낮은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판매하고, 요청이 들어오면 최대 25일간 시간을 끌기도 했다.

지멘스의 이런 위법행위로 총 4개였던 ISO 가운데 2개 사업자가 사실상 퇴출당했다.

지멘스는 또 중소기업과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및 저작권 침해문제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병원에 보내기도 했다.

이번 공정위 조치로 지멘스가 독점해오던 CT, MRI 장비시장의 A/S 비용이 절감되고 나아가 의료수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지멘스는 불복의사를 밝혔다. 지멘스 측은 “공정위의 결정은 소프트웨어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