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EU는 고정경비 일부 보조
- 국내서도 대출확대 등 지원 필요

대형선망업계가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휴어기를 확대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휴어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에서 먼저 자구책을 마련한 만큼 정부도 관련 정책 등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선망수협 임준택(오른쪽) 조합장과 노조 황춘옥 위원장대행이 지난 19일 휴어기 확대에 합의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과 대형선망선원노조는 지난 19일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자율 휴어기를 기존 1개월에서 확대해 올해부터 2개월로 연장하기로 합의(본지 지난 20일 자 1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형선망업계는 휴어기간을 기존 음력 3월14일~4월14일에서 음력 5월18일까지로 1개월 더 늘린다. 올해는 양력 4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가 해당한다. 선주들은 선사당 70여 명의 선원 2개월 휴어기 임금 5억 원가량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그간 어업인들은 어종별 산란기에 맞춰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금어기에 조업을 쉬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선주가 조업을 쉬는 선원 임금을 직접 보전해주는 경우는 대형선망업계가 유일하다.

특히 2016년의 연근해 어획량이 44년 만에 100만ｔ 미만을 기록하고 지난해 어획량도 2016년 수준으로 잠정 추산되는 등 어획량 감소가 장기 고착화될 우려가 컸다. 이에 여러 수산자원관리 대책 중에서도 ‘휴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휴어제란 어업인들의 휴어기간 중 정부가 선원인건비 등과 같은 고정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예 조업 자체를 쉬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수산자원관리 방안으로 꼽히고 총허용어획량(TAC), 금어기, 포획금지체장 등의 단속에 필요한 행정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국, EU 등 다수의 수산선진국에서는 다른 수산자원관리 수단과 병행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선박이 많은 우리나라는 휴어제를 통해 배기가스와 유해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또한 창고에 쌓여 있던 재고 수산물이 유통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부작용으로는 일시적 수산물 수입 증가, 휴어기간 다른 수익 활동을 하는 일부 선원의 도덕적 해이, 관련 산업 종사자의 일거리 감소 등이 꼽힌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에 휴어제를 담았고 해양수산부는 이의 도입을 위해 72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전액 삭감하고 ‘휴어제 타당성 분석 및 도입 방안 연구 용역’ 비용 5억 원만 배정했다. 현재 연구 용역 입찰자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고 오는 5월 31일 연구가 완료된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어업용 면세유 인상 등으로 경영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데도 선원 임금을 전액 부담하기로 먼저 나선 만큼,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등의 정책자금 지원 및 대출 확대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선망업계가 먼저 나선 만큼 다른 수산업종들도 이에 동참해 정부의 휴어제 도입을 앞당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