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G·V 시리즈명 변경 검토
- 담당 사장까지 바꾸며 승부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폰과 관련해 제품 조기 출시와 브랜드명 변경 검토 등 예년과 전혀 다른 전략으로 시장 수성에 나선다. 아이폰X(텐)의 부진 등으로 위기에 처한 애플과 가파르게 성장 중인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 직전에 갤럭시S9 공개 행사(언팩)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갤럭시S 시리즈가 2월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S9의 국내 출시는 오는 3월 말에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신제품을 3월 말에 공개한 뒤 한 달 뒤인 4월 말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삼성의 이런 전략은 애플의 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애플이 아이폰X의 판매 부진과 ‘배터리 게이트’로 고전하는 사이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아이폰X의 하루 평균 판매량(한국 기준)은 판매 초기 일주일간 1만 대에서 이달 2000~3000대로 급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2016년 9월) ‘갤럭시노트7 단종’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갤럭시S8 등의 흥행 성공으로 악재를 털어낸 삼성으로서는 올해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애플의 위기는 곧 삼성의 기회”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전략은 더 파격적이다. 매년 상·하반기 정해진 시기에 각각 G 시리즈와 V 시리즈 신제품을 공개한 관행이 올해 처음으로 깨질 전망이다. LG는 이들 시리즈의 이름을 각각 변경하거나 G·V 시리즈 두 개를 하나의 브랜드로 합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일단 올해 MWC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V30의 업그레이드 버전만 공개한다. 따라서 오는 3월 공개가 점쳐졌던 G7의 출시는 무기한 연기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 등 타사 제품 출시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할 준비가 됐을 때 (우리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삼성의 시장 선도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사이에서 반격을 못 하는 자사 스마트폰 사업의 장기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수장을 조준호 사장에서 황전환 부사장으로 올해 초 교체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