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엔 3150만 대 판매 예상
- 삼성·LG 등 전담부서·투자확대
- 시장선점·기술경쟁 가속화 전망

로봇 시장이 5G(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 발달 등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로봇의 활용 대상은 주로 산업 분야에 한정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류와 맞물려 가사·교육·쇼핑 등 실생활 및 서비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도 로봇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조직 개편과 대규모 투자에 속속 나서고 있다.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는 ‘로봇’

25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서비스 로봇 판매량은 1960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1420만 대)보다 38.5%나 많은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31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불과 3년 만에 2.2배 급증하는 셈이다. 특히 SA는 2020년 로봇 청소기와 돌보미 로봇 등 개인 서비스 로봇의 판매량이 전체(개인용·산업용·전문가용 등)의 99.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간주돼 온 로봇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 기업들이 로봇 시장 진출에 힘을 쏟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로봇 하드웨어(HW)’라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이 부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에 속해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자사 연구소를 통해 산업용 로봇 기술을 연구 또는 개발한 적은 있지만 사업부서 산하에 로봇 전담 조직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어 로봇을 차세대 먹거리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종료된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2018’에서 유독 로봇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삼성전자 김현석 생활가전(CE) 사업부장(사장)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로봇 (사업)을 안 하겠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LG, 투자 확대로 시장 선점 나서

LG전자도 로봇 사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최고기술자(CTO) 직속 조직으로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로봇 사업을 총괄하는 H&A(생활가전) 사업본부가 로봇 R&D(연구개발)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12일 국내 로봇 개발업체 ‘로보티즈(Robotis)’의 지분을 10%(약 90억 원) 취득하는 등 관련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로봇 솔루션과 교육용 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업체다.

LG전자의 일부 제품은 로봇 관련 대표 브랜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삼성과 달리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에 시범적으로 배치한 안내·청소용 로봇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자사의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를 공개했다. 클로이는 ▷마트 쇼핑카트 로봇 ▷호텔에서 짐을 옮겨주는 포터 로봇 ▷서빙 로봇 등 3개로 구성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CES 2018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2, 3년 내 LG전자의 가장 큰 수익 사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통신사 및 포털 업체의 로봇 개발도 활발하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국내 로봇 모듈 플랫폼 기업인 ‘럭스로보’에 40억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뷔 2017’에서 자사의 ‘에어카트’ 로봇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교육용 로봇 ‘알버트’를 CES 2018에 출품해 파라과이 당국과 1만 대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KT는 통신업계 최초로 자사의 AI 로봇 매장인 ‘지니스토어’를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에서 오픈했다. 이곳에는 KT의 AI 로봇 ‘지니봇’ 등이 전시돼 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