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수요·투자차단으로 안정세

30일 시행된 가상화폐 실명제로 계좌 발급 절차 등이 엄격해지자 일부 업체가 거래소 개장일을 미루거나 가상화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신규 투자수요 차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중소 거래소가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입구에 이날 시행된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안내문이 붙어있다. 앞으로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려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연합뉴스

한·중 합작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Zeniex)’의 개장을 준비 중인 ‘코리아코인익스체인지’는 이날 “이달 말 계획했던 거래소 설립 일정을 다음 달로 미뤘다”고 밝혔다. 이는 실명 가상계좌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 한 데 따른 결정이다.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으로 은행들은 이날부터 ‘빗썸’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인증 계좌 제공을 시작했다. 기존 가상계좌를 모두 회수하고 실명 계좌를 만든 회원에게 우선적으로 가상계좌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코리아코인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은 ‘잠재적 리스크’ 등을 우려해 중소·신생 업체들과는 계약을 맺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 취지인 ▷신규 투자수요 차단 ▷시장 리스크 확산 방지 ▷거래 투명성 제고 등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날 ‘빗썸’에서 거래되는 12개 가상화폐의 가격도 모두 2~5%대의 하락세(오후 4시 기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실명제가 ‘투자 광풍’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은행은 앞으로 중소·신생 거래소에 대한 실명 가상계좌 발급을 꺼릴 것으로 보여 이들 거래소의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