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 상승에 고정비 지출 늘자
- 사용 용도 자유로운 운전자금은
- 3배 많은 2335억 초과 대출

부산지역 중소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최근 지역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31일 부산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중소기업에 1500억 원의 육성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기업들의 자금 신청 저조로 실제 800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육성자금은 시설과 장비 등에 투자하도록 자금의 용도가 한정돼 있다. 중소기업이 육성자금을 빌릴 때는 신용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9%의 이자만 내면 된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신규 투자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부산 강서구의 철 가공업체 A사는 올해 신규 투자 설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 상황이 안 좋은데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앞으로 4억~5억 원 정도를 추가 투자하려고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느낀다. 시설이나 장비 투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되고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등도 이어져 더욱 장비, 시설 등에 신규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전국 3150곳의 중소기업체의 경영 애로(복수응답) 조사 결과를 보면 1위가 ‘인건비 상승’으로 59.5%를 기록했다. 2012년 5월 이후 69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건비 상승이 최다 경영 애로사항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내수 부진’이 55.6%로 집계돼 2위에 올랐다. 육성자금 지원 실적을 보면 3년 연속 내림세가 뚜렷하다. 2015년 1354억 원, 2016년 1193억 원, 지난해 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재 구매, 인건비 등 사용 용도가 비교적 자유로운 운전자금은 지난해 애초 계획한 1800억 원보다 500억 원 이상 초과된 2335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자금이 육성자금보다 3배나 많이 지원된 것이다. 시는 운전자금에는 최소 1%, 최대 2.5%까지 이자를 지원한다. 운전자금은 2015년 1717억 원, 2016년 1708억 원, 지난해 2335억 원으로 상승했다.

부산경제진흥원 오지환 국내사업본부장은 “경제 상황에 따라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지원금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을 때는 신규 투자를 위해 육성자금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운전자금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올해도 각각 1500억 원과 1800억 원의 육성자금과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