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유통업체 납품 위주서
- 국내 시장규모 확대에 주력
- 내달 ‘브랜드쇼룸’도 개장
- 셀프쿠킹스튜디오 등 계획

부산지역 명란 전문기업인 덕화푸드는 다음 달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길 입구에 브랜드쇼룸 ‘데어더하우스(therethehouse)’를 개장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덕화푸드는 소비자와 직접 접하는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생산량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하고 나머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해 소비자와 소통할 별다른 계기가 없었다.

변화는 지난해 장종수(47) 대표가 덕화푸드 운영 전반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장 대표는 2006년 일본 명란생산 공장 경험을 마치고 덕화푸드에 합류해 그동안 생산,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맡아오다 지난해 말 대표에 임명됐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수산제조 분야 첫 명장이자 이 회사의 창업자인 장석준(72)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원래 금융맨으로 2006년 전만 해도 가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26일 덕화푸드 장종수 대표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길 입구에 있는 자시의 쇼룸 ‘데어더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쇼룸을 통해 명란이 단순히 젓갈반찬이 아닌 다양한 요리에 식재료로 쓰일 수 있도록 지역의 식문화를 바꿀 계획이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금융맨에서 명란공장 외국인 노동자로 밑바닥부터

장 대표는 “금융 관련 일을 하다 아버지의 요청으로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일본 명란 제조업체의 공장에서 허드렛일부터 하며 현장에서 일을 배웠다”며 “일본 쪽이 아무래도 위생 관념이 한국보다 더 철저하다 보니 아버지께서 일본에서 밑바닥 일을 배울 것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쇼룸을 만들고 소비자와 소통을 모색한 것은 국내 시장을 키우지 않으면 회사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5년 200억 원을 넘겼지만 2016년 79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주요 판매처였던 일본 수출길이 막혔던 탓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일본 수출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높았다. 그렇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 수상이 내세운 ‘아베노믹스’의 직격탄을 맞았다. 장 대표는 “7년 동안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에 납품하다 그만두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내려갔다”며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도저히 일본에 납품해서는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국내시장에 집중하면서 지난해에 매출을 11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기존 상품을 새 단장 해 ‘덕화 백명란’(담백한 맛), ‘그때 그대로 명란’(순한 맛), ‘숙성고에서 갓 꺼내 먹는 명란’(매운 맛) 3종을 출시한 전략이 주효했다. 장 대표는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명란은 짜고 자극적이었다. 일부 업체에서는 과도하게 소금과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색소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명란은 그런 음식이 아니다’라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명장이 만드는 명란’ ‘일본에서 최고로 치는 명란’이라는 브랜드파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 대표는 새로운 명란 음식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전초기지는 브랜드쇼룸 데어더하우스. 2층 규모의 가옥을 빌려 리모델링했다. 장 대표는 “데어더하우스는 말 그대로 ‘거기 있는 집’이라는 의미다. 명란이 집밥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BtoB기업, 소비자에 노크

	장석준 명장 명란 선물세트.

장 대표는 앞으로 이곳에서 요리 전문강사를 초빙해 명란을 활용한 요리 교실를 열기로 했다. 또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 쇼룸 2층 쿠킹스튜디오에서 명란을 활용한 샌드위치와 스파게티, 누룽지, 빵 등을 요리해 먹는 셀프쿠킹 코스도 마련했다. 1층에서는 명란 숙성고를 통해 명란이 숙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미 명란을 넣은 빵 ‘명란 델리’와 명란에 치즈와 밥을 섞은 주먹밥 튀김 ‘아란치니’, 그리고 명란수프 파스타 샌드위치 누룽지 등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 명란이 단순히 젓갈 반찬으로만 활용되다 보니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명란은 젓갈만이 아닌 샌드위치 빵 소스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장 사장은 “소비자들이 명란을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식문화와 관련된 복합문화공간인 쇼룸을 만들게 됐다”며 “남포동이나 서면이 아닌 초량에 쇼룸을 연 것도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초량동에서 살던 일본 사람이 귀국 후 부산서 먹던 명란의 맛을 재현한 것이 오늘날 후쿠오카 특산물인 ‘카라시 멘타이코(매운 명란)’의 원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