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공백에 인수작업 올스톱
- BNK 인수전 가세 배제 못 해

DGB금융지주의 부산 연고 기업인 하이투자증권 인수(국제신문 지난해 11월 9일 자 1면 등 보도)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해 온 DGB금융지주 박인규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사법 당국의 수사로 인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부산 본사의 BNK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일 금융당국과 지역 금융업계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DGB금융지주 박인규 회장이 지난달 29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 측은 2일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 임시 이사회를 열고 후임 회장 및 은행장 선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대행체제로 운영할 가능성이 커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DGB금융지주의 올해 최대 현안일 만큼 박 회장이 직접 챙겨왔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대구은행장에서도 물러났다. 박 회장의 퇴장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 DGB금융은 지난달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DGB금융 측에 사업계획서 내용 미흡을 이유로 자료 보완을 지시했고 DGB금융이 다시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심사 기간은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그룹에 편입될지 불투명하다. 더욱이 CEO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발표하면서 지방금융그룹 최초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자회사와 안정된 수익기반을 갖춘 총자산 75조 원 수준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모태가 부산인 만큼 지역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무위로 끝난다면, BNK금융지주가 새로운 인수자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은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불발되면 인수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 상공계 관계자는 “만약 BNK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다면 대구에 안방을 뺏길 뻔했던 부산의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