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성 우려 연기금 유치 비상
- 국민연금 등 “주식거래 중단”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유령 주식’을 내다 판 자사 직원 16명 전원에게 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증권의 손실액은 당일에만 최소 110억 원대에 달한다. 특히 삼성증권은 국민연금공단 등 ‘큰손’ 투자자들의 거래도 중단돼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착오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 16명에게 당일(지난 6일) 사태 해결 과정에서 회사가 입은 매매차손 전액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현재 정확한 손실 규모를 추산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16명이 지난 6일 오전에 집중적으로 팔아치운 ‘유령 주식’ 물량은 501만2000주다. 이 중 일부는 ‘주식 매도 금지’를 알리는 회사의 마지막(3번째) 공지 이후에도 주식을 팔았다. 반면 당일 삼성증권은 해당 물량이 주식시장에 풀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후 내내 장내 매수(260만 주)와 차입(기관 투자자 주식 241만 주)으로 총 501만 주를 마련했다. 당일 삼성증권 주가의 최저가(오전)와 최고가(오후)는 각각 3만5150원과 3만9800원이었다. 결국 단순 계산으로, 16명이 1761억 원어치(501만2000주×3만5150원)를 집중적으로 팔았다가 삼성증권이 오후 내내 1877억 원어치(당일 주가의 최저치와 최고치 평균 3만7475원×501만 주)를 사들인 것이다. 매매차손은 116억 원에 달한다. 이들 16명이 이 차액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게 삼성증권의 입장이다.

삼성증권은 연기금 투자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연금공단과 사학연금관리공단 등은 10일 “거래 안정성 저하 우려로 삼성증권과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의 허술한 시스템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만큼 사고 수습의 초점이 ‘직원 징계’에 맞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관경고 등 삼성증권에 대한 중징계를 검토하는 한편, 주식 매매제도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