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현대상선 대주주 같아
- 일각 “발주 물량 몰아주기 우려”
- 작년 4700억대 5척도 모두 수주
- 심사 후 내달 중순 이후 결정

국내 최대선사인 현대상선이 초대형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면서 대형조선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오랜만에 나오는 대규모 발주가 반갑지만 현대상선과 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이 선박 수주를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상선은 최근 1만4000TEU급(1TEU는 6ｍ 크기 컨테이너 1개) 8척, 2만TEU급 12척 등 3조 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대한 입찰제안 요청서를 국내 주요 조선사에 발송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가 한국 해운을 되살리겠다며 내놓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일감이 부족한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선사들은 2016년 극심한 수주절벽을 겪은 만큼 일감 확보가 간절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4곳이 입찰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선소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해 인도한 곳이다. 한진중공업은 프랑스 선사 CMA CGA가 2015년 발주한 2만1000TEU급 선박 3척 중 1척을 지난 1월 인도했다.

조선·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조선소 1곳에 선박 20척을 모두 발주하지 않고 2, 3곳에 나눠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늦어도 2020년까지 선박 인도를 받아 선대 확장을 마무리해야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시작되고 2M(머스크, MSC)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끝나는 2020년 전에 고효율·친환경 초대형 선박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요 조선사들은 산은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발주 물량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현대상선 역시 산은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현대상선이 선박 발주에 맞춰 거제 옥포조선소의 야드 운영계획을 다시 작성한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은 연초 선박 수주 계획과 목표에 따라 야드 운영계획을 짠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해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 원 규모의 초대형유조선 5척을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수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수주난, 자금난을 겪는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간접 지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현대상선은 사내 신주발주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하고 최종적으로 다음 달 중순이나 말 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가격, 장비, 기술력 등 다양한 분야를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조건이 맞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몰아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