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 코코넛 원료로 만든 오베드
- 롯데백화점 행사 열자 완판 인기
- 대기업 퇴사 후 화장품회사 설립
- 작년 30억 매출 기업으로 성장
- “대기업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 부산에 좋은 화장품업체 많아요”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팩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자연지애의 ‘OBED(오베드)’ 이야기다. 일반 마스크 팩은 20분 만에 떼어 내야 하지만 오베드는 천연 코코넛을 발효시켜 길게는 1시간 이상도 사용할 수 있다. 미백, 주름개선, 보습효과는 물론 피부 깊숙이 좋은 성분들을 전달할 수 있다. 지난 4월 부산 롯데백화점 행사에서 5000장이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했다. 총 5건의 특허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의 자연지애 본사에서 자연지애 반명숙(여·66) 대표를 만났다. 반 대표는 1988년 기업 판촉물 유통회사 동현기업을 창업한 뒤 1998년부터 자연지애라는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반 대표는 “산학 협력을 하면서 인연이 돼 화장품 업계에도 진출하게 됐다. 지금까지 30여 종이 넘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지애 반명숙(왼쪽 세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화장품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 대표는 1988년 기업 판촉물 유통회사 동현기업을 창업한 뒤 1998년부터 자연지애라는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친환경 화장품으로 인기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반 대표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반 대표는 대기업에 취직해 대외담당으로 근무하다가 퇴사 후 1988년 부산에서 기업 판촉물 회사인 동현기업을 창업했다. 1998년부터는 화장품을 개발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자연지애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2012년 개발한 ‘자연지애 버블 팩’이 있다. 자연지애는 해당 상품의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자연지애 버블 팩은 비타민 C를 담고 있는 주사기와 카밀러 추출물, 상황버섯추출물 등이 담긴 전용시트로 구성돼 있다. 얼굴에 비타민 C를 먼저 바르고 전용시트를 위에 덮게 되면 순간적으로 이산화탄소(CO2) 가스가 발생한다. 거칠어진 모공을 열어 비타민 등 각종 좋은 성분을 피부에 보내는 것이다.

이날 해당 상품을 손등에 테스트했다. 비타민 C를 먼저 바르고 전용시트를 덮으니 실제로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생하며 전기자극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20~30분 뒤 전용시트를 제거하자 거칠었던 손등이 뽀송뽀송해졌다.

자연지애는 이외에도 완두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활성화제 앰풀인 ‘자연지애 바이오 스템셀 앰플’도 판매하고 있다. 사람의 단백질과 가장 유사한 콩을 이용해 에센스를 만든 것이다. 또 남성을 위해 스킨, 로션, 에멀젼 기능을 한 곳에 담은 ‘자연지애 옴므 올인원’ 제품도 판매 중이다. 이 제품에는 가시대나무추출물과 인삼캘러스배양추출물 등이 들어갔다. 남성들이 하나의 제품으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반 대표는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게 좋은 상품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라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우리 말고도 부산에서 잘나가는 화장품 업체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부산 화장품의 도약

반 대표가 자연지애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자연지애는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 30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와 라오스 탐방을 계기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현지 지사도 설립했다. 자연지애는 라오스는 물론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7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를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반 대표는 “부산의 화장품 업체들이 지역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산 기장군의 부산테크노파크 해양생물산업육성센터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동생산 시설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최근 우수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기반 생산 인프라를 해양생물산업육성센터 내에 구축하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CGMP는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화장품을 수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에서 이 인증을 받은 화장품 업체는 총 132개사로 대부분 경기 인천 등지에 있었다. 부산은 1개사에 불과했다.

반 대표는 “화장품 업계와 지역이 서로 상생하는 길이 바로 공동생산 시설이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화장품이 가진 비전은 무궁무진하다”면서 “화장품이 도시의 브랜드까지 될 수 있다. 부산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