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 승진 코스 공단지역 지점
- 핵심성과지표 순위서 하락세
- 아파트·상가 인접지 실적 호조

조선 자동차 등 부산지역의 주력 산업이 최근 3, 4년 사이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일명 은행 지점장들의 성적표인 ‘KPI(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서열을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기업금융 경쟁의 최고 격전지인 공단 지점이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주 고객층인 기업의 자금 상황이 나빠지면서 은행 지점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대단지 아파트나 상가가 인접한 개인금융 지점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 한 공단지역에 모여 있는 은행 지점들 전경. 국제신문 DB

21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기업금융 지점이 아닌 개인금융 지점이 상위권을 기록하는 추세다. B은행의 경우 지난해 영업점 KPI 순위에서 상위 5위 안에 개인금융 지점이 1, 2, 4, 5위를 싹쓸이했다. 기업금융 지점은 3위가 유일하다. 1, 2위를 기록한 부산 D지점과 S지점은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2015년 기업금융 지점이 1위를 차지했지만, 2016년부터는 개인금융 지점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PI는 은행 임직원의 성과 및 인센티브를 평가하는 지표다. 지점별로 여신, 수신, 비이자 수익 등 은행 영업의 핵심이 되는 항목에 점수를 매겨 승진과 성과급 책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KPI 상위권에 오른 지점장들은 두둑한 성과급은 물론 정기 인사에서 승진 1순위로 손꼽힌다. 반면 KPI 하위권에 속한 지점장들은 승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기업금융 지점이 전체 영업점의 일등을 기록했다. 기업 경기가 좋으니 은행 실적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지역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은행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녹산산단에 입주해 있는 1644개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60.4%에 불과했다. 운송장비(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 등)와 기계 업종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과거 기업금융 지점은 임원 승진을 위한 필수 코스였다. 공단 지점의 경우 주거래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기업 부실을 막기 위한 유지·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기업금융 지점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고 실적을 내기 쉬운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지점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영환경 변화와 국내 은행의 평판위험 관리 강화 필요성’ 보고서에서 “은행 임직원의 인센티브와 연관된 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의 이해와 연동하고 대고객 메시지를 담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평판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