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점주·영세업자 시름

- 급격한 인건비 인상 부담 토로
- 월수익 100만 원 밑돌까 우려
- 다수 알바 감축·가족 운영 밝혀

# 노동자·아르바이트생 긴장

- 1만 원 기대치 못 미쳐 실망
- 사용자 일각 인상 불복종 거론
- 반드시 지키도록 추가 대책을

- 42% “내년 최저임금 인상 지지”
- ‘8500원 미만 적정’ 최다 응답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다. 현행 7530원에서 820원(10.9%) 올랐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를 보이콧했던 사용자위원 측이 즉각 과도한 인상이라며 반박 성명을 내고, 노동계 또한 인상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발하는 등 제대로 합의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편의점가맹점협회를 포함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진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54) 씨는 15일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본래 4명이던 아르바이트생 중 1명을 정리했다. 여기서 다시 시간당 1000원 가까이 임금이 올랐으니, 어쩔 수 없이 더 감원하고 직접 가게에 매달려야 한다”고 푸념했다. 본래 정 씨의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은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모두 4명(하루 5시간 2명, 4시간 2명)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4시간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정리하고 정 씨는 아내까지 동원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편의점 일에 매달렸다. 그는 “정해진 최소 판매금액보다 많이 팔아야 한 달 인건비를 겨우 맞출 수 있다”며 “인건비를 빼면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이 100만 원이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 함께 일한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 씨뿐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지역 중소상공인 대부분이 비슷한 걱정을 한다. 부산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업자도 상당수였다. 문제는 대책도 없이 너무 급격히 올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2년 만에 2000원가량 오르면서 지역 자영업자 대부분은 기존 일자리를 줄이거나 추가 채용을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가 심해져 최저임금 인상으로 넉넉해진 주머닛돈이 지역 상권이 아닌 대기업으로 흡수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2016년 통계청의 현황분석을 보면 부산 경남의 자영업자 비율은 25.5%로 충청(10.2%), 호남(9.3%) 등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면서도 애초 인상 폭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애꿎은 아르바이트에게 경영난의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대기업에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정부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산청년유니온 하정은 위원장은 “진통 속에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노동계가 요구했던 최저임금(1만790원)에는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점 등 소규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산 청년들 사이엔 ‘수습’ 등 명목으로 일정 기간 최저임금을 제대로 못 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사업주가 가장 건드리기 쉬운 게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다. 사용자 일각에서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과 자체 임금 협상 등을 공공연히 거론해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용자와 노동자 측 모두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추가 대처가 있을지 관심을 끈다. 최저임금위 측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조만간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현재 관련 대책을 점검하며 업계 분위기를 청취하되 입장 발표에는 신중을 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3, 1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7월 정례조사 결과 2019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41.9%)고 답한 응답자 405명 중 37.4%는 8500원 미만이 적정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어 8000원 미만 15.7%, 1만 원 미만 15.6%, 9000원 미만 14.5% 등의 순이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